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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임금 인상을 요청하기 위해 과장에게 접근하는 기술과 방법 - 조르주 페렉


내 본성을 의심하게 되는 한 가지 취향 혹은 습성이 있는데 그것은 책이나 영화나 음악 등에 있어 요란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들이 칭찬일색일 경우 책이나 영화나 음악 등이 아무리 궁금해도 감상을 미루게 된다는 것인데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무지하게 삐딱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곤 하며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책이나 영화나 음악 등에 있어 요란하단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들이 칭찬일색일 경우 그 감상을 잠시 거부하는 행위는 나로 하여금 남들이 만들어준 기준에 무비판적으로 덤벼드는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 주어 이로인해 약간의 안도감과 더불어 조금의 우월감을 갖게 하며 그렇지만 반대로 이런 생각이 굳어지면 굳어질수록 나 스스로가 다른 사람들과의 정신적으로 교집합의 영역을 좁혀간다는 느낌도 드는 것이 사실이고 이는 인간적인 고독감을 느끼게 되는 아주 작은 원인이 되기도 할 것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인데 아무튼 이런 나의 생각 덕분에 요즘 잘 나간다는 몇 권의 칭찬일색의 책들을 멀리하던 중에 서점에서 임금 인상을 요청하기 위해 과장에게 접근하는 기술과 방법이라는 조르주 페렉의 책을 고르게 되는데 처음에는 제목이 너무나 귀엽다는 생각에 미소를 지으며 책을 집어 들어서 뒷 커버의 이런 저런 서평을 살피게 되었고 뒷 커버의 이런 저런 서평들을 살피다 보니 이 책이 제목이 암시하듯 정말로 임금 인상을 요청하기 위해 과장에게 접근하는 기술과 방법에 대해서 다룬 글이 아니라 하나의 색다른 형태의 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것이 이 책을 대게의 사람들이 책이라도 봐야할 것만 같은 생각을 하는 연말의 분주한 서점의 계산대 앞으로 가지고 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는데 사실 이 날 같이 계산한 책에는 일본 남성 패션 잡지인 휴즈 2월호와 생택쥐페리의 책도 있었지만 계산을 마친 후 이 책부터 읽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이 책이 내게 선사한 알 수 없는 끌림 때문이었으며 그 알 수 없는 끌림이 결코 경솔한 선택이 아니었음은 임금 인상을 요청하기 위해 과장에게 접근하는 기술과 방법을 이야기하기도 전에 등장하는 하나의 구조도 때문이었는데 이 구조도라는 것이 사실은 앞으로 이야기하게 될 임금 인상을 요청하기 위해 과장에게 접근하는 기술과 방법을 요약한 것으로 하나의 수학적인 사고를 보여준 좋은 본보기라 평가할 수 있고 또한 꽤나 임금 인상을 요청하기 위해 과장에게 접근하는 기술과 방법이 뭔가 색다른 책이라 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라 하겠으며 지금부터 이야기 할 이 책의 감동 포인트와 더불어 더욱더 특별한 의미가 되는데 일조를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 전에 조르주 페렉에 대해서 잠깐 언급하자면 전위적인 글을 줄기차게 써온 작가라고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데 이렇게 간단하게 말하는 이유는 잠깐 언급하겠다는 뜻을 내비춰버린 나의 탓이라 이번만큼은 조금 관대함을 발휘하여 얼만큼 임금 인상을 요청하기 위해 과장에게 접근하는 기술과 방법을 쓴 조르주 페렉이 전위적인 글을 썼는지 약간의 예를 들어 주자면 그의 글 중에는 알파벳 e를 뺀 단어들만 쓴 것도 있고 한 거리의 모든 사물과 풍경을 지독하게 설명한 글도 있다고 하니 이때쯤부터는 그가 어떤 이유에서 그런 글을 썼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하는데 그가 살기 시작했던 시대인 1930년대쯤부터 그 이후로 유행하던 다다이즘이나 초현실주의의 한 조각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쉬울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전적으로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만약 당신이 이 의견에 반대한다고 한들 거기에 대고 내가 열을 올려 반대하지는 않을 것인데 이러한 이야기는 사실 이 소설을 읽고나서 밀려오는 직장이라는 커다란 조직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개인의 허탈감과 무력감에 비하자면 아무 것도 아님을 당신도 알 수 있을 것이니
결국 임금 인상을 요청하기 위해 과장에게 접근하는 기술과 방법이라는 것에 대한 약간 혹은 결정적인 스포일러를 던져주게 됐다는 생각이 들어 이 하찮은 나의 글을 지금까지 열심히 읽어오며 이 책에 대한 긍정적인 느낌으로 인하여 구매를 적극 고려하고 있었던 당신에게 약간은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그렇다고 한들 이 이야기를 여기서 멈출 수는 없기 때문에 조금 더 이 이야기를 이어나가려 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켠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조르주 페렉과 이 책을 옮긴 이충훈 선생과 열린책들 출판사에 대한 아주 작은 동업자 정신이라 할만한 것이 새벽 세시가 다 되어가는 즈음의 내게 작용하게 되었기에 요약하여 단지 이 책은 임금 인상을 요청하기 위해 과장에게 접근하는 기술과 방법을 하나의 방법론으로 다룬 것이 아니라 임금 인상을 요청하기 위해 과장에게 접근하는 한 인간의 모습을 그리며 결국 조직 안에서 하나의 구성원이 되는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개인을 지워야만 가능하다는 이야기로 불행하지만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그렇게 살아가야 함은 물론이고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고 강요당하는 현대의 인간의 모습을 은유적이지만 그래서 더 직접적으로 다가오게끔 그려내고 있다.



보시기에 불편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이런 서평을 남긴 것은 백 이십여 페이지 정도에 불과한, 그마저도 한 페이지가 그 반을 조금 넘기는 정도인 이 이야기가 모두 하나의 문장으로 이루어졌다는 점 때문이에요. 최대한 문장을 짧게 줄이는 것이 좋다고 배워온 저에게는 이것부터가 신선하게 다가오더라구요. 물론 저는 실제 소설에서 조르주 페렉이 보여주는 구조적, 의미적으로 하나의 틀을 갖춘 문장을 쓴 것은 아니에요. 실제 책에서는 한 사람이 임금 인상을 요청하기 위해 과장에게 접근하는 동안 그의 머리 속에 드는 오만가지 생각들을 이용하여 생각에 또 생각을 반복하고 또 돌고 돌아요. 이렇게 반복되다 보면 읽은 사람도 마찬가지로 지금 어디까지 오게 됐는지 조금씩 잊어가게 되는데 조르주 페렉이 의도한 것 역시 이런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