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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만조의 바다 위에서 휴! 다른 서평과 마찬가지로 이 책의 내용에 관힌 이야기는 딱히 언급하지 않으려고요. 솔직히 말하자면 어떤 내용이라 설명하기가 조금 난감하기도 합니다. 이미 이 책을 읽은 분들의 후기를 찾아봐도 다들 시원하게 맥을 짚어내지는 못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다만 문장 호흡이 무척 길다는 점.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묘사하지만, 그리고 이는 어쩔 수 없는 작가의 선택이었겠지만, 바로 앞 내용마저 가물가물해지도록 만든다는 점에 주의하시길 당부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읽는데 약 2주가 걸렸습니다. 카프카의 소설을 읽을 때가 이랬죠. 한 번은 이 책을 궁금해하는 지인에게 '너무 사려 깊어. 좋게 말하자면 말이지.' 라고 이야기해준 적도 있어요.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책을 덮은지 여섯 시간쯤 된 지금 생각엔 결말 역.. 더보기
<movie> 비긴어게인 Dangerous 음악은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 속 댄의 말처럼 평범한 일상도 근사한 진주처럼 보이게 하죠. 영화 소재로도 그렇습니다. 남들 눈에는 보잘 것 없는 누군가가 인생에 응하는 일종의 '도전기'를 논할 때 음악만큼 좋은 소재도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은 영화들이 음악을 소재로 삼곤 했습니다. 비긴 어게인Begin Again, Can a song Save Your Life? 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도 여기에 비중을 두고 싶습니다. 'Lost Stars'를 열창하는 애덤 리바인의 목소리도 멋지고 여주인공 그레타가 빌딩 위에서 녹음을 하는 모습도 너무나 흥미진진 하지만 영화만으로 평가한다면... 그저 그렇다는 느낌 이상은 들지 않더군요. 조금 냉정하게 돌아본다면 음악을 소재로 .. 더보기
[서평] 스노우맨 Well Made! 악이 있고, 희생양이 있고, 그를 뒤쫓는 선이 있습니다. 어차피 누군가는 죽어야 하고요. 끝끝내 악은 그 댓가를 받습니다. 스릴러를 대하는 누구든 이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어떻게'이지요. 그리고 얼마나 읽는이의 가슴을 철렁 내려 앉게 하고 매끄럽게 이끌어 나가느냐에 따라 이야기에 대한 평가가 달라집니다. 스웨덴 작가 요 네스뵈의 소설 '스노우맨' 역시 이러한 스릴러의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주인공 캐릭터에 빈틈을 주는 것마저도 공식이라면 공식이죠. 그래도 뻔하지 않고 재미 있습니다. 적어도 저는 참 재미 있다고 생각하며 사흘만에 읽어버렸어요. 자꾸만 책을 펼치고 싶을 정도로요. 무엇이 그렇게 재미 있었느냐. 저는 그 이유를 주인공 헤리가 참 '잘' 잘못짚기 때.. 더보기
<서평> 폭스바겐은 왜 고장난 자동차를 광고했을까? 너도 알아서 잘 하렴! "경영자들이 읽는 이솝우화" 라는 소제목을 달고 나온 이 책은 오늘날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다양한 기업들의 마케팅 일화들을 엮어 만들었습니다. 일종의 '무용담' 같은 것인데, 최근의 제 처지와 관련하여 무언가 길잡이가 되어줄까 싶어 서점에서 집어 들었지요. 술술 읽히도록 써내려간 문체 덕분에 이 책 역시 마음만 먹으면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으실 거예요. 저 역시 그렇게 읽었는데 뭐랄까... 혹여나 이 글을 보시고 이 책을 보신다면 가급적 차분히, 여러 날 나누어서 읽으시라고 권하겠습니다. 그러면 좀 낫지 싶어서요. 짜집기식 구성이라 중심 내용이라거나 결론이랄 것도 없습니다. 다만 이쯤은 누구에게나 남겠네요. 그때그때 알아서 잘. 그리고... 마케팅 사례 분석서에 아주 작은.. 더보기
[서평] 살인자의 기억법 그래서... 내가 뭘 읽은 걸까? 가볍게 읽힙니다. 간결한 문장 사이사이 어쩌면 블랙 코메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짙은 유머가 깃들어 있어요. 배열 역시 술술 넘어가는데 한 몫 합니다. 빨리 읽어내려가기 미안할 정도로요. 아이러니 하게도 후일담에 작가 김영하는 하루에 두어 문장 정도만 쓸 수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이런 색다른 경험은 오랜만이네요. 다음 문장, 다음 장, 다음 단이 궁금하다가- 놀라다가- 또 궁금해지는 순환의 연속이었어요. 그래서 더 빠져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친구에게 추천한다면 '읽어봐, 괜찮은 소설인 것 같아' 라고 하겠어요. 그런데 작가가 쳐놓은 거미줄에 엮이는 만큼 책을 덮을 땐 무척 허탈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솔직히 다른 감상에 대해서는 말을 못하겠어요... 더보기
[영화] 아이들 - 이규만 감독/ 박용우, 류승룡, 성지루, 성동일, 김여진 등 누구에게나 덮어두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겁니다. 치부라 여길만한 일이라던가, 너무 고통스러워 추스르기까지 힘들었던 일들은 감추고 싶기 마련이죠. 그렇지만 ‘남 이야기’라면 달라집니다. 흥미로워 하며, 보고 또 듣죠. 그리고 가볍게 여겼던 만큼 쉽게 잊기도 할 겁니다. 1991년 사건 발생 당시는 물론, 그 후로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실종사건을 각색한 영화 을 보고 나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실제 나이로 따지자면 ‘소년’이라 부르기 어색한 그들은 결국, 실종 십 수년이 지나서야 유골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단순 실종이냐, 타인에 의한 살인 사건이냐를 구분하는 것은 이미 무의미해졌죠. 그렇지만 미결 상태에서 공소시효가 만료된 탓에, 우리는 아직도 어찌 됐는지 그 영문을 모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 더보기
[서평] 싱글맨(A Single Man) -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성 정체성, 혹은 게이(혹은 레즈비언)에 대한 고정관념은 참 많이 있죠. 소설 속 주인공인 조지는 게이입니다. 그런데 이제 곧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의 늙은 남자에요. 솔직히 고백하건대 처음엔 이게 뜻밖이었습니다. 당연히 소설 속 게이는 젊고 예쁜 남자일 거라 생각했어요. 곰곰이 주변에 아는 게이들의 면면들을 떠올려보자면,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는데도 생각이 벌써 그렇게 잡혀있었어요. 단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동성애자는 많은 것 같아요. 근거랄 것도 없이 스스로 정상적이라 믿는 다수들에 의해 쉬이 입에 오르내리는 ‘비정상’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만큼 많은 이야기를 접하다 보니, 시나브로 동성애자란 토픽에 익숙해져 그리 생각하는 것이겠죠. 그.. 더보기
[서평] 공중그네 - 오쿠다 히데오 한때의 여자친구가 언젠가서부터 다시 연락을 하더군요. 다시는 연락도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하고 애증으로도 남겨두지 않았던 사람이라 별 신경도 쓰지 않았어요. 그런데 서점의 소설 코너를 도는데 불현듯 떠올랐어요.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는 그녀가 추천해줬던 소설이었습니다. 보기 보다는 책을 많이 읽는 것을 알고 내심 흐뭇했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요..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죠. 서평이 '엄청 웃기다'라는 식이면 절대 사지 말라는 규칙을 만들어준 책입니다. '포지티브 마인드'를 코드로 정한 건 아무래도 시대의 분위기에 잘 맞물릴 수 있었겠죠. 그래서 '웃기다'보다는 '포지티브 마인드'쪽을 더 강조했다면 좋았으리라 생각해요. 쉽게 말해 웃기지 않다는 거에요. 희화화 한 인물이지만, 일본 만화적인 유.. 더보기
[서평] 타인의 고통 - 수잔 손택 한석규와 심은하가 주연했던 '텔미썸딩'은 저에게 '하드고어 스릴러'라는 장르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 영화였어요. '출발 비디오 여행'같은 프로그램에서 소개를 보고 무척 끌렸지만, 당시 열 일곱이던 제가 볼 수 없는 '청소년 관람 불가'의 등급이었죠. 하지만 비디오 출시 후 동네 비디오가게 누나를(아, 그누나 이뻤는데..) 잘 꼬셔서 보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때는 뭔가 잔인한 장면에 묘한 쾌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런 제 취향에도 변화가 오긴 오더군요. 이연걸이 주연했던 영화라 기억하는데, 그가 쏜 총알에 악당들이 달려와서 맞아 죽는 장면이 있었어요. 억지도 그런 억지가 없겠다 싶어 우스웠지만, 한편으로는 뭔가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어요. 평생 나쁜 짓만 일삼고 살아온 그 사람도 못난 연정이나마 던져보려 했던.. 더보기
[서평] 임금 인상을 요청하기 위해 과장에게 접근하는 기술과 방법 - 조르주 페렉 내 본성을 의심하게 되는 한 가지 취향 혹은 습성이 있는데 그것은 책이나 영화나 음악 등에 있어 요란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들이 칭찬일색일 경우 책이나 영화나 음악 등이 아무리 궁금해도 감상을 미루게 된다는 것인데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무지하게 삐딱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곤 하며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책이나 영화나 음악 등에 있어 요란하단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들이 칭찬일색일 경우 그 감상을 잠시 거부하는 행위는 나로 하여금 남들이 만들어준 기준에 무비판적으로 덤벼드는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 주어 이로인해 약간의 안도감과 더불어 조금의 우월감을 갖게 하며 그렇지만 반대로 이런 생각이 굳어지면 굳어질수록 나 스스로가 다른 사람들과의 정신적으로 교집합의 영역을 좁혀간다는 느낌도 드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