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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싱글맨(A Single Man) -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성 정체성, 혹은 게이(혹은 레즈비언)에 대한 고정관념은 참 많이 있죠. 소설 속 주인공인 조지는 게이입니다. 그런데 이제 곧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의 늙은 남자에요. 솔직히 고백하건대 처음엔 이게 뜻밖이었습니다. 당연히 소설 속 게이는 젊고 예쁜 남자일 거라 생각했어요. 곰곰이 주변에 아는 게이들의 면면들을 떠올려보자면,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는데도 생각이 벌써 그렇게 잡혀있었어요.

 

단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동성애자는 많은 것 같아요근거랄 것도 없이 스스로 정상적이라 믿는 다수들에 의해 쉬이 입에 오르내리는 비정상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만큼 많은 이야기를 접하다 보니, 시나브로 동성애자란 토픽에 익숙해져 그리 생각하는 것이겠죠. 그런데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이 자연스러워져서든 아니든, 동성애자는 지금까지 존재해왔습니다. 앞으로도 있을 거에요. 때문에 그들의 존재를 부정한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남자끼리는 안돼라고 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렇듯 성 정체성은 누군가가 '이래야만 해~'라 규칙이 지은 것이 아니죠. 그렇지만 반드시 자연스럽게결정되는 것도 아니에요. 암묵적으로 우리는 같은 성끼리 사랑하는것을 경계합니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에게도 마찬가지에요. 일단 제가 그렇거든요. 저는 여성에 끌리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는 서슴없이 제 마음을 표현해요. 그리고 그 이성이 거부감 없이 나를 받아들이게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가끔은 이러한 자신을 자랑스레 떠벌리기도 합니다. 본능이기도 하지만 이를 다수에 포함된 안도감의 표현이라 보는 것도 틀린 것은 아닐 거에요. 심한 경우,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사람들을 보기도 하죠. 그런데 혐오를 달리 생각해보면 그 전에 고려가 필수적으로 온다는 것을 알게 될 거에요.


굳이 동성애자와 이성애자를 구분하여, 하나는 문제고 다른 하나는 정상이라 가르는 시선 자체가 불만입니다. 저 역시 그 시선에 길들여진 사람이기도 하죠. 앞서 말했듯 존재를 부정하는 태도는 이미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정상과 비정상을 나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그것으로 그친다면 이해 역시 아닙니다. 이해하고, 받아들여야죠.


흥미로운 점은 이 소설을 쓸 당시의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와 주인공인 조지의 나이가 같다는 점이었어요. 그리고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소설이 쓰여지던 그 시점입니다. 그래서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야기 내내 먹먹하긴 하지만 솔직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주인공이 처한 현실 -혼란스럽던 1960년대의 미국, 벌써 예순을 바라보는 자기 자신, 사랑하는 사람을 불의의 사고로 잃은 남자, 그에게 손을 뻗치는 여자,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젊은 남자-은 그 모든 것이 괴로움으로 치환됩니다. 사실 그런 고통은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는 것이기도 해요. 단지 게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건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이 가치를 지닌 까닭도 그 때문이겠죠. 역자 후기에는 책을 읽는 독자가 아직 20대라면 10년 정도 지난 훗날, 다시 한 번 이 소설을 읽어보길 권합니다. 그때가 되면 이해하는 정도가 분명 다르긴 할 거에요. 저 역시도 그렇게 생각해요.

어느새 제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성 정체성에 대한 오해, 혹은 고정관념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주저리주저리 떠들어 댔더니 필요 이상으로 글이 길어진 것 같기도 하네요.

 

사족으로, 소설은 패션 디자이너 톰 포드의 손을 거쳐 영화화 되기도 했습니다. 미장센이 멋진 영화로 소문이 나 저도 소설을 읽고 난 다음 영화를 봤어요. 그런데 톰 포드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역시 소설이 낫더군요. 그래도 배우들이 입고 나온 옷은 어찌나 하나같이 탐나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