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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공중그네 - 오쿠다 히데오


한때의 여자친구가 언젠가서부터 다시 연락을 하더군요. 다시는 연락도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하고 애증으로도 남겨두지 않았던 사람이라 별 신경도 쓰지 않았어요. 그런데 서점의 소설 코너를 도는데 불현듯 떠올랐어요.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는 그녀가 추천해줬던 소설이었습니다. 보기 보다는 책을 많이 읽는 것을 알고 내심 흐뭇했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요..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죠. 서평이 '엄청 웃기다'라는 식이면 절대 사지 말라는 규칙을 만들어준 책입니다. '포지티브 마인드'를 코드로 정한 건 아무래도 시대의 분위기에 잘 맞물릴 수 있었겠죠. 그래서 '웃기다'보다는 '포지티브 마인드'쪽을 더 강조했다면 좋았으리라 생각해요. 쉽게 말해 웃기지 않다는 거에요. 희화화 한 인물이지만, 일본 만화적인 유머 코드를 소설에 끌어다 썼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2004년에 출간된 책이라 2010년에 읽으면 당연한 결과일까요? 제 생각은 '아니다'거든요. 간간히, 우연히 보게 되는 일본 드라마의 유머 코드가 이와 유사하다는 걸 생각해 보자면 일본에서는 통하는 듯. 물론 일본 드라마가 일본 만화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하는 경우는 흔하죠.

어쨌든 첫인상이 그리 좋지 않은 정신과 의사 이라부는 괴팍한 티를 팍팍 내지만 결론적으로 병의 근원을 제대로 잡아냅니다. 알고 보면 별 것 아니지만 현대인이 잊고 살아가는 무언가가 이라부를 찾는 환자들이 겪는 병의 원인이 되는 거에요. 케이스 바이 케이스 식이라 몰입도도 그리 높지는 않았구요. 인물 설정도 억지스럽다 하면 좀 심하고, 그냥 그냥.. 조지 오웰이 평론가로 일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자신의 에세이에서 한 것이 떠오르네요. '생계형 평론가'가 어떤 책을 다 읽어보고 평을 남기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었죠.
  
책을 읽고 나면 그 책과 가장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 주변의 지인에게 선물하곤 합니다. 고민 좀 해야겠지만, 이 책은 긍정의 힘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줘야겠어요. 벌써 그 누구의 얼굴이 스쳐 지나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