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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명탐정의 규칙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책의 커버에도 꽤 집착하는 편입니다. 군더더기 없이 말끔한 커버가 좋아요. 폰트도 깔끔한 것을 선호하죠. 그런데 평소의 기호와는 동떨어져 있는 책 한 권을 단지 표지에 끌려서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우연이 줄 수 있는 유쾌를 기대하면서요.

 


처음 뵙겠습니다만, 이리 대단한 사람인지 몰랐습니다.


 


오사카에서 1958년 출생한 히가시노 게이고는 85 <방과후>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문학계에 진출했습니다. 그 후 도쿄로 상경하여 작가생활에 전념합니다. <용의자 X의 헌신>으로 5 6기만에 나오키상을 수상했어요. <용의자 X의 헌신>은 한국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으며 그의 이름을 알리는데 도움을 줍니다. 그의 저작들 중 다수가 드라마 혹은 영화로 각색되었는데요, 손예진의 베드신으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 <백야행>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입니다.

 




마츠다쇼타, 카시이유우, 카무라유이치 주연의 TV드라마

커버를 통해 책을 선택했기 때문에 그의 저작을 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인정받는 작가라는 것도 그나마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알았어요. 내용은 파격적이라 할 만큼 기존 추리 소설이 필수적으로 지닌 트릭들을 보기 좋게 깨어버림. 추리소설 안에서 트릭은 소설의 장르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트릭을 이야기의 도입부에서 이야기해버리는 것은 일종의 금기인데, 그를 깨버리는 시도를 하는 것이죠. 구성과 시점에 있어서도 자유자재입니다. 등장 인물들이 프레임의 안팎을 마음대로 오가고, 경우에 따라서는 희곡의 형식을 따오기도 합니다.

 

다소 아방가르드한 느낌의 이 책에 대한 독후감은 허무하다는 느낌입니다. 띠지를 보면서는 블랙 코미디를 적절히 섞은 카타르시스를 기대했었는데 말이죠. 다른 사람들도 비슷했나 봐요. ‘이런 사람에게는 비추!’라는 경고성 글귀가 나온다는 것은 완전히 감동받지 않았다는 뜻이겠죠. 하지만 유머 포인트를 곳곳에 배치하여 각 잡고 볼 필요 없다는 점은 이 책의 매력으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 며칠이 지난 지금, 히가시노 게이고의 의도가 궁금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불문율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을 깨버릴 수 있는 데에는 자신감이 있어야겠죠. 그 그를 베테랑이라 이야기할 수 있는 수 많은 저작들이 자리하고 있을 겁니다. 어쩌면 다음 작품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어요. 다양한 장르를 총망라한 <명탐정의 규칙>이 앞으로 더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기를 바랍니다